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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이’ 류현경, 그가 감동했던 그 배우의 시선 한 줄기
“삶 굴곡 많은 아영 만나 가족 돼 가는 과정 바라보는 시선 좋았다”
“김향기 연기 보며 많은 위로 받아… 후배지만 동생 같고 딸 같아”
2021-02-18 00:00:01 2021-02-18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뭔가 마이너적인 감성이 강하다.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필모그래피만 살펴봐도 마이너적감성이 물씬 풍겨 온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한 점은 그의 메이저 인지도다. 배우 류현경이라고 하면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또 넓다. 영화와 방송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활동하는 류현경의 존재감은 꽤 뜨겁다. 공교롭게도 그는 영화 쪽으로만 넘어오면 뜨거움의 방식을 달리한다. ‘뜨거움은 의외로 다양하다. 차갑게 뜨거운 것도 있고, 펄펄 끓게 뜨거운 것도 있다. 어떤 뜨거움은 냉정한 뜨거움이다. 아마도 주목 받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뜨거움을 말할 때 이렇게 쓰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그런 뜨거움에 류현경은 항상 자신의 열정을 식지 않게 데워가고 있는 듯했다. 영화 아이에서 류현경이 연기한 영채는 그런 의미에서 묘한 인물이다. 사회가 버린, 어쩌면 사회가 버리기 전 스스로가 자신을 버린 어른,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 같은 인물. 류현경은 이번엔 영채에게 시선을 돌렸다.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아이에는 두 명의 아이로 불러야 될 인물이 나온다. 우선 둘 다 여성이다. 한 명은 아직 아이이지만 어른이 되기를 강요 받는 아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충분히 어른이지만 아직은 아이로서 머물고 싶은 어른이다. 전자는 김향기, 그리고 후자는 류현경이다. 두 사람의 건조한 연기는 실제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
 
처음부터 너무 극찬이라 감사해요(웃음). 제가 아영’(김향기)을 할 수는 없었으니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채에게 너무 마음이 가더라고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내면의 아픔과 상처가 많은 데 그걸 드러내지 않고 사는 담담함이 오히려 더 애처롭고 안쓰러웠죠. 삶의 굴곡 많은 아영을 만난 뒤 함께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지점이 너무 마음에 끌렸어요.”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 끌린 영채를 류현경은 마냥 어둡게만 그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 가자면 한 없이 바닥으로 가라 앉을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채도 우리 곁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에게도 밝음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밝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류현경은 영채를 준비하며 적은 메모에서 인물로 다가서는 지름길을 만들어 갔다.
 
제 느낌이었지만 꼬불꼬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그런 꼬불꼬불한 게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그런 면이 많아요. 누구나 속으로 많은 아픔과 힘듦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다 드러내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애써 웃고 또 애써 웃기려는 상황을 만들고. 아마 혼자 너무 많은 막막함과 불안감의 길을 헤쳐 지나온 삶을 영채는 살아냈을 거 같아요.”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류현경이 생각한 그런 영채는 단순하게 막막함과 불안감으로만 채워진 인물은 아니었다. 우선 싱글맘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육아에 대한 고충은 말할 나위도 없다. 뭔가 상상해야 할 키워드가 많았지만 반대로 완벽하게 현실적인 고충을 그려내야만 했다. 그 안에서 류현경이 만든 영채는 완벽하게 숨을 쉬어야 한다.
 
쉽지도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았던 게, 시나리오 자체에 워낙 자세하게 서술이 돼 있었어요. ‘영채가 이래서 이랬구나란 게 잘 느껴지게 쓰여 있었죠. 그리고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잡아갔어요. 육아에 대한 부분은 주변에서 꽤 많은 도움도 받았죠. 제 조카들도 있고, 친한 연예인 동료들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조정치-정인 부부 집에도 자주 놀러 가 6개월 된 둘째 육아를 많이 관찰했죠(웃음)”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육아를 상상하고 또 연기로 끌어 낼 수는 있지만 육체적으로 체험을 하지 못했었기에 분명히 그 주변에서 맴돌 수 밖에 없는 표현도 많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 류현경이 아이까지 출산한 워킹 싱글맘으로 느껴야 할 고충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흘러내리는 젖 때문에 겪는 고충은 겨우 일부분일 뿐이다. 혼자 키우는 아들 입양 권유까지. 모두가 힘들고 힘든 시선뿐이다.
 
감독님이 남자이신데 육아와 젖몸살 모유를 끊는 단유등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우선 단유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데요. 주변에 물어보니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가슴 마사시가 그렇게 아프다고 하던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죠(웃음). 그 외에 아이 입양에 대한 감정 굴곡과 심리 등은 상실에 대한 감정으로 표현해 끌어 갔어요.”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류현경 혼자 영채를 그려냈지만, 류현경 혼자 아이를 끌고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류현경이 만들어 낸 영채가 공감이 되고 또 피부로 와 닿는 과정은 오롯이 류현경과 함께 아이를 이끌어 간 두 동료 김향기 염혜란의 존재감이었다. 류현경 역시 두 배우에게 너무 많은 힘과 또 도움을 받았단다. 두 동료에 대한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였다.
 
두 분과는 항상 느낌이 비슷했어요. 각자 서로가 이 장면에선 이렇게 하자’, 저 장면에선 저렇게 하자라고 약속이나 사인을 주고 받지도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의 분위기에 모든 걸 맞춰갔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맞춰진 공감은 아니에요. 촬영 전 사실 연습을 많이 했었죠(웃음). 특히 향기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팬으로서도 너무 떨렸어요. 하하하.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는 아이에서 상대역으로 함께 한 김향기에 대한 팬심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아이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라면, 류현경에게 위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김향기였다. 류현경이 이 같은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향기세 글자를 외친 이유는 그의 연기를 통해 느끼게 된 위로였다. 이번 아이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부터였다고 김향기 최고를 외친다.
 
전 그냥 향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요.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애틋해지는 느낌도 들고. 향기를 보면 동생 같기도 하고 딸 같은 느낌도 들어요. 어떤 모습을 보면 저보다 더 언니 같기도 해요(웃음). 영채를 연기하면서 정말 연기가 아니라 내 눈앞의 향기를 보면서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류현경이 연기를 통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위로를 받은 것은 김향기의 연기도 있었지만 아이란 영화가 갖고 있는 특별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아이속 김향기가 연기한 아영그리고 류현경 자신이 연기한 영채모두 한 없이 어둡고 비참하게 그릴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달랐다. 그런 시선이 너무 좋았단다.
 
배우 류현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궁극적으로 제가 아이에 출연을 결정한 게 아마 그 때문일 거에요. 상처를 가진 사람도 삶에 굴곡을 가진 사람도 모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그렇게 그리고 바라봐주시는 감독님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그 시선에 정말 감사했어요. 우리도 주변에 그런 시선을 보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제가 그 시선에 느꼈던 감사함과 고마움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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