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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중투자시대, 공매도 개선하자
2021-02-17 10:46:08 2021-02-17 10:46:08
최근 국내 증시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간 박스피로 불리며 제한적 등락을 거듭해오던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3200포인트를 돌파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주의 상한가도 접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에 잠시 급락했던 주가는 오히려 풍부한 유동자금과 언택트 관련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70조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비율이 3배나 증가했고, 코스닥과 코스피의 신용잔고액은 20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외인이나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으며 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의 정보력과 자금력이 강해졌고, 스마트개인들이 투자클럽을 결성해 ‘전업투자자’로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람들의 경제관도 바뀌었다. 수입원을 노동이나 사업에만 의존하기보다 ‘투자부업’ 내지는 ‘전업투자’에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타기업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유명기업이 공모과정에서 신기록을 세우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광풍’이나 ‘묻지마 투자’로 치부하기보다 오히려 우리사회가 ‘국민투자시대’에 이르렀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성숙한 개인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관련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는 등 노력에 나섰다. 특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거리인 ‘공매도’ 문제의 해결에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전략으로,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실현한다. 주가급등이나 하락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자신들에게만 불리한 제도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개인의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공매도정책은 일관적이지 않는 듯하다. 작년 3월 코로나19의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고,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올해 3월 15일까지 이를 연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주가상승세가 지속돼 공매도 금지의 명분이 무색해졌다. 공매도가 재개돼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이미 정한 공매도 금지해제기한이 다가오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인 삼성전자, LG화학,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대형주의 공매도는 5월 3일부터 재개하고 나머지 종목은 금지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정책일관성의 유지노력을 함께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공매도금지와 연장이 반복되는 애매모호한 상황은 한마디로 공매도제도가 ‘투자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만 유리하게 운영되며, 증권사도 공매도의 중개수수료로 작년 한해 35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공매도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식투자분야에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매도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 보다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도 공매도의 접근성을 높여줘 공정한 시장참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시장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매도금지의 제한적 해제는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불법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관리강화, 개인에 대주물량공급과 취급증권사 확대의 조치도 긍정적인 조치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공매도제도의 근원적 개선에는 못 미치고 있다.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동등한 참여자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제도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설사 그러한 조치가 취해졌다 해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정부가 행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마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서, 그것도 선거와 연관해 무마용으로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후적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 것처럼 비춰져 왠지 개운치가 않다.
 
정부가 각 부처의 공무원에게 강조하고 있는 적극행정이 공매도를 비롯한 금융전반의 분야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과거처럼 개개인의 주식투자자를 단지 금융소비자로만 보던 시각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이들을 금융투자의 한축으로 인정한다면 제도개선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정책을 펴는 데 있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하되, 그 기저에는 원칙과 명분을 바로 세워서 제도와 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국민주식투자시대’에 부합하는 금융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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