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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이’ 김향기, 어른의 문턱에서 만난 세상의 얼굴
“‘아영’의 행동, ‘왜’란 의문 전혀 들지 않아…나와 닮은 인물 호기심”
“‘사회적 약자’ 얘기 연이어 출연, 배우로서 흥미와 재미 때문일 뿐”
2021-02-14 00:00:01 2021-02-14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힐링 3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우아한 거짓말그리고 증인을 통해 그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연기를 했을까싶을 정도의 가장 완벽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영화 아이가 나왔다. 제목 그대로, ‘아이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어른 이길 강요 받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의 얼굴에는 도저히 읽어 낼 수 없는 감정의 가면이 덮어져 있었다. 이런 연기는 데뷔 18년 차 내공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지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감독은 그가 아니면 대체가 불가능한 이 배역을 위해, 아니면 반대로 그를 위해 대체 불가능한 이 배역을 만들어 낸 것처럼 느껴지게 모든 것을 조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 김향기가 있었다. 앞서 설명한 가 바로 김향기다. 앳된 외모,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연기력은 아이아영이란 캐릭터를 현실로 이끌었다. ‘김향기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완성되지 못했을영화가 바로 아이였다. 그리고 김향기를 위해 만들어 진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아영이다.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소녀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보호종료에 해당돼 자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 소녀에게 어른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아영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위해 만나게 된 게 영채이며 그의 아들 이다. 김향기는 이런 아영이 자신과 너무 닮았기에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단다.
 
시나리오를 너무 빨리 읽었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빨리 읽히지싶었죠.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니 아영이가 저랑 너무 닮았더라고요. 시나리오 속 아영의 선택에 란 의문이 안 들었어요. 저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요. 당연히 김향기아영은 외부 환경 자체가 완벽하게 다르죠. 하지만 문제 앞에서 헤쳐나가는 방식이 저랑 닮다 못해 거의 같았어요. 그냥 아영가 돼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 그대로 김향기는 어른을 강요 받는 아이로 출연한다. 영화 제목 아이는 사실상 김향기가 연기한 아영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진짜 아이가 등장한다. 김향기의 상대역인 배우 류현경의 아들로 나온 이란 아기다. 말 그대로 진짜 젖먹이 아이다. 영화계에서 가장 어려운 촬영 중 두 가지가 바로 동물아기촬영이다. 하지만 김향기는 세상에 그렇게 얌전하 아이가 없었다이를 자랑했다.
 
진짜 너무 얌전해요(웃음). 참고로 영화에 등장한 이는 쌍둥이 아기가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했어요. 현장에 어머니 아버지가 항상 상주하셨고. 모든 촬영이 쌍둥이 아이 컨디션에 따라 진행됐어요. 대본 리딩 때 아이들 처음 보고 안아 봤는데, 너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애들이 너무 의젓해요. 낯도 안 가리고. 제가 안으면 절 지긋하게 바라봐요(웃음). 촬영은 그냥 롱테이크로 쭉 찍고 그걸 잘라서 쓰신 걸로 알아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에는 거의 모든 배역이 여성들로만 이뤄져 있었다. 남자 배역도 있지만 주요 배역은 사실상 전부 여성들이다. 그래서 여성 영화 혹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는 영화란 인식이 강하고 또 그렇게 소개되고 있었다.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다. 김향기는 여성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이는 사실상 우리 모두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얘기의 주제와 그리고 표현되고 담고 있는 방식 등을 생각해 보면 여성에게만 국한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움을 받아야 하고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여자에게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뒤돌아봄이 저의 영화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캐릭터가 여성이고,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여자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의 얘기가 아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선 영화 증인에선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발달장애인을 연기했다. 그리고 이번 아이에선 우리 사회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보호종료 아동을 연기했다. 김향기가 연기한 주체 모두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배역들이다.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낼 수 있는 배역이 만들어 낸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얘기를 하는 영화들이 그의 손에 제일 먼저 전해졌다.
 
연이어 그런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를 하게 됐는데, 의도한 바도 아니고 그냥 끌림이 좋아서 선택한 거에요(웃음). 주변에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배역을 연기할 때의 모습을 좋게 봐주시기도 하는데. 전 그냥 단순하게 배우로서 재미를 느끼고 끌리는 것을 선택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가 재미를 생각하고 배우적 관점으로 다가서는 데 그 뒤의 메시지까지 좋게 봐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향기가 생각하고 또 그가 받아 들인 아이의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영화를 보면 주변에 대한 관심과 또 작은 도움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연대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연 배우인 김향기 역시 비슷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그는 아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그 생각의 지름길을 두고 고민한 뒤 명료한 답으로 아이의 모든 것을 요약했다.
 
누구라도 사랑 받을 수 있고 또 사랑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랑을 주려면 관심이 필요하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실 타인에게 관심을 둔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관심을 보이는 방식도 받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주는 사람이 주체가 되고. ‘아이속에 담긴 얘기와 주제, 즉 주변에 대한 관심 그리고 도움이 조금 더 우리 주변을 밝혀 주길 기대해요.”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F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해 화제를 모으며 데뷔한 김향기는 아역 스타란 단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2006년 영화 마음이에서 등장한 김향기의 모습은 이름처럼 관객 모두의 마음에 어린 아역 배우의 향기를 짙게 아로새겨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신과 함께시리즈의 쌍천만 흥행 배우가 됐고, ‘우아한 거짓말’ ‘증인으로 이어지는 힐링 3부작의 중심이다.
 
하하하, 생각해보니 저도 꽤 오래됐네요(웃음).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한 번도 제가 강요를 하신 적이 없어요. 지금도 제 연기에 이렇게 해라등 단 한 말씀도 안 하세요. 저의 선택을 언제나 지지해주시기만 하세요. 제 주변 친구들도 지금까지 절 배우 연예인이 아닌 그냥 김향기로 대해줘요. 이런 모든 게 절 아역 배우에서 배우로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연기요?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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