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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승리호’, 관람 넘어선 가장 완벽한 ‘체험 판타지’
기존 SF영화 설정 모티브, 상상력 전제→현실 직시 ‘타깃형 스토리’
스토리+설정 익숙함 넘어선 ‘비주얼 완성도’…압도적 VFX 퀄리티
2021-02-08 00:00:01 2021-02-08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의 목적은 관람이다. 관람을 통해 상황에 동화되고, 동화된 상황을 상상으로 끌고 가 현실을 잊게 하는 찰나의 판타지를 선물한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관람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 자체로 체험이 되고, 또 판타지가 된다. 단순한 판타지 영역을 넘어, 직관적 이미지와 비주얼을 통해 관객의 사고를 마비시킨다. 영화가 일으키는 사고 능력 정지는 목적성이 순수하다. 관람에서 동화 그리고 상상에 이어 판타지로 이끌어 가고 결과적으로 체험이 되는 과정을 극단적으로 축약시킨다. 관람 차제가 곧 체험으로 직결되는 영화의 궁극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순 제작비만 무려 240억이 투입된 국내 최초 우주SF 영화 승리호는 이 같은 설명이 완벽하게 일치된 첫 번째 한국 최초 상업 영화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승리호미덕은 영화의 기본인 스토리가 아니다. 세계관의 견고함도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내에선 엄두도 내지 못했던 SF장르 시도를 거론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이 영화 미덕이자 의미로 보기엔 부족하다. 부족하단 표현이 승리호에게 사전적 의미로 다가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존 충무로 대작 상업 영화와 비교했을 때 어느 것 하나 뒤쳐지지 않는다. 너무 앞선 느낌이라 이질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결국 승리호의 진짜 미덕은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어 낸’ VFX기술력의 진일보이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제작진의 상상력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오롯이 스크린으로 끌고 와 상업적 시도에 마침표를 찍은 결정이다.
 
 
 
기타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SF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고, 그 산물의 결정판이다. ‘승리호는 기존 SF영화에서 봤음직한 여러 설정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모티브 수준 설정 차용일 뿐, ‘승리호가 이런 점 때문에 평가 절하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존 SF영화 설정 여러 지점이 뒤섞인 채 새로움을 창조해 낸 결과물이고, 그 결과물이 끌고 가는 스토리와 동력이 꽤 흥미롭고 또 매력적이다.
 
승리호배경은 지금으로부터 71년 뒤인 2092.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는 더 이상 인류가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이 시기에도 부의 문제는 여전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눠진 인류는 생존의 향방을 강요 받는다. 그리고 결정권을 쥔 UTS가 등장한다.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글로벌 테크놀로지 회사. 이 회사는 돈을 받고 UTS시민권을 부여한다. ‘승리호가 그리는 71년 뒤 미래사회는 사실상 디스토피아의 전 단계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지구는 황폐화 됐다. 선택 받은 소수의 인류는 지구 궤도권 인공 도시에서 호화로운 삶을 산다. 극단적으로 양분된 삶 가운데 자리한 또 다른 이들. 우주쓰레기 청소부들이다. 지구 궤도에 떠 도는 수 많은 우주쓰레기를 수거해 돈을 버는 그들. 전 세계 국적 우주쓰레기 청소선들이 앞다퉈 쓰레기 수거에 열을 올린다. 그 중 한국 국적 승리호는 빼어난 실력으로 업계 실력을 자랑한다. 우주 해적단을 이끌던 장선장(김태리), 지구에서 마약단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승리호 기관사인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간직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그리고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어느 날 승리호는 꽤 큰 돈을 벌 수 있는 폐기된 우주정거장수거에 나선다. 하지만 이 우주정거장에서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도로시는 지구에서 활동하는 테러집단 검은여우단의 타깃이다. 도로시는 어린 아이 모습이지만 실제론 대량살상무기다. 그 자체로 수소폭탄급 폭발력을 지닌 무기다. UTS도로시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다. ‘승리호선원들은 모두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도로시를 담보로 UTS와 위험한 거래를 계획한다. 또한 UTS는 지구 궤도 거주 공간 외에 충격적인 거대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 프로젝트와 도로시가 맞물리면서 승리호멤버들은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중심으로 휘말리게 된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승리호는 기존 할리우드 SF영화가 소재로 끌어 오는 두 가지 대전제를 차용한다. 환경 파괴와 새로운 거주 공간이다. 지구 환경 파괴는 실재한다. 이미 온난화 그리고 사막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황폐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NASA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트가 추친 중인 화성 프로젝트까지도 여전히 이뤄지는 중이다. 사실상 승리호기본 콘셉트는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끌어왔기에 SF장르의 허구성보단 현실 문제를 직시하는 타깃형 스토리로 다가온다. 관객이 승리호스토리를 이입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충족되는 지점이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승리호가 관객에게 필요조건을 제시하려면 비주얼 완성도를 어디까지 끌어 올려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아마도 제작진, 특히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무려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이 지점에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지던 우주 공간그리고 스타워즈를 연상케 하는 우주 전투 장면은 그래서 승리호가 완벽하게 전매특허로 내세울 수 있는 압도적인 킬링 포인트로 작용한다. 기존 국내 장르 상업 영화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실사 촬영과 VFX장면의 이질감은 승리호에선 예외다. 할리우드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를 셀링 포인트로 삼아 SF장르를 내세운다면, 충무로에선 승리호를 대항마로 출격시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다. 더욱이 240억의 순 제작비가 만들어 낸 VFX 퀄리티는 시각적 쾌감은 물론 관객의 사고 판단 능력을 정지시킬 정도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승리호가 단순하게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SF영화로 판단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기존 SF장르 영화 여러 설정이 모티브로 작용한 것에 대한 선입견이다. 하지만 승리호는 가장 한국적인 해석을 끌어온다. ‘한국적이란 해석 자체가 승리호에겐 유일한 호불호 판단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지점 때문에 한국형 SF장르 첫 출발로서 승리호를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워낙 화려하고 또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선 전무했던 장르였기에 비교와 분석 그리고 단점을 논하기는 힘들다. 장점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다.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고 판단 근거 잣대로 들이대는 개연성여부도 큰 무리는 없다. 단지 봤음직한 설정이 군데군데에서 다가올 뿐이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승리호는 설정의 익숙함이 있을지언정 그것을 넘어서는 비주얼 충격이 상상이상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한국영화 완성도를 결정짓는 무소불위의 또 다른 잣대로 적용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승리호는 단지 240억이란 제작비만으로 평가되기엔 완성도가 지나칠 정도로 뛰어나다. 영화는 스토리의 예술이다. 하지만 비주얼과 체험이 궁극적으로 영화의 지향점이라면 승리호는 그 완벽한 답이다. 2 5일 넷플릭스 공개.
 
P.S 영화 중간 그리고 영화 마지막 즈음 굉장히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분명 그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승리호출연 여부를 공개한 바가 없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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