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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일해저터널이 선거판 뒤흔들까
2021-02-08 06:00:00 2021-02-08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노리는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구도, 이슈, 후보에 달려있다. 구도와 후보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당과 후보가 노리는 전략은 '이슈 몰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공약이라면 무엇이라도 좋다.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한 공약을 내놓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판을 휩쓸었던 이슈는 '뉴타운 건설'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걸었고 서울 지역에서 여당이 압승하는데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뉴타운 건설' 약속은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유권자들이 속았던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압도했던 선거 이슈는 '무상 급식'이었다. 지방 선거였지만 선거 이슈는 단 하나 '무상 급식'이었다. 야권은 여당 견제에 성공했고 무상 급식은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렇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교 급식은 영양이나 위생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급격히 등장한 이슈가 '한일해저터널'이다. 이 공약이 나오기 전 부산의 최대 이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고 정부여당은 2월내 '특별법' 통과를 공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초반 태도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부산 여론상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찬성 여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선거 이슈는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이미 여당이 선점한 가덕도 이슈라 국민의힘은 '한일해저터널'을 꺼내들었다. 가덕도 신공한 건설에다 '한일해저터널'까지 공약으로 내걸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부산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선거의 결정적인 이슈가 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켜질지도 모를 선거 이슈가 난무한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선거 공약뿐만 아니라 모든 공약은 3가지 특성을 가진다. 우선 주목성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뿐만 아니라 '한일해저터널'은 이슈의 특성상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꽤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공약은 실효성이다. 과연 건설이 가능할까. 어디부터 논의하고 언제까지 현실화 가능할지 그리고 얼마나 돈이 들지 알 기 조차 어렵다. 도버해협의 유로 해저 터널은 총 길이가 55km이고 해저 구간은 40km가 채 되지 않는다. 홍콩과 마카오 사이의 강주아오 대교 역시 총 구간은 55km정도이고 해저 구간은 유로해저터널보다 짧다. 한일해저터널은 총 길이가 230km에 달한다. 공약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급성이다. 일본 곳곳으로 비행기가 운행 중인 현 시점에 다리 건설이 시급한 일일까. 굳이 말하자면 북한을 관통해야하는 '유라시아 철도'나 제주를 연결하는 '제주해저터널'이 더 시급한 일로 보인다.
 
난무하는 공약은 '한일해저터널' 사례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유권자인 개미투자자들의 압박에 밀려 '공매도 금지'를 기존 3월15일에서 5월2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 설명은 공매도 부작용에 대한 보완조치라고 하지만 선거용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과 자영업층을 대상으로한 추가 선별지원금까지 언급했다. 약 2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약은 점입가경이다. 결혼과 출산에 억대의 돈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서울지역에만 몇 년에 걸쳐 70만호의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서울에 30만호 이상을, 전국적으로 80만호 이상을 공급하는 '3080플러스' 정책을 발표했다. 다 실현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한 표라도 구걸하기 위한 사탕발림일까.
 
'한일해저터널'은 장기적으로 중앙 정부가 검토해 볼 수도 있는 과제의 수준이지만 단체장을 선택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기준으로 보기 어려운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승리를 위한 각 당과 후보들의 공약 제시는 '주목 효과'나 '선심성'으로 보기에 지나칠 정도다. 왜냐하면 후보를 고르는데 정확한 기준이 없는 유권자들은 흔들리기 때문이다. 선거 때 범람하는 공약들 중 실현되지 않는 공약이 허다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접근은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이다.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정책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우리 사회가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만 앞선 엉터리 후보자를 선택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를 규명하는 '메니페스토' 운동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공매도 금지 운동보다 선거 공약 금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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