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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분양 호황’, 영원하지 않다
2021-01-17 06:00:00 2021-01-17 06:00:00
“주택 경기가 사이클이 있더라고요. 지금이야 분양 시장이 호황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 갈 수는 없어요.”
 
오랜 기간 건설업계에 몸담은 관계자는 말투는 덤덤했으나, 목소리에선 주택 사업에 ‘몰빵’하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을 향한 우려가 엿보였다. 
 
과거 플랜트와 토목에서 이름 좀 날렸던 대형 건설사들은 오늘날 주택,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주택 및 건축사업에서 낸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주택 먹거리가 감소하는 중에 일감난을 타개하고자 리모델링 시장에도 대형사들이 발을 들이고 있다. 전에는 “대형사 자존심에 낄 곳이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수익성 좋은 주택 먹거리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당장의 분양 시장 분위기를 보면 주택 사업은 수익 보장 수표나 다름없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다. 정부가 규제에만 목을 멘 영향이다. 그러던 정책 기조가 차츰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물량 풀기에 나섰다. 아파트는 건설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공급이 늘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의 완화 가능성이 높다.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사업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최소한의 마케팅만으로도 ‘분양 완판’이 가능하지만, 공급이 충분해 수요가 해소되면 미분양 성적표가 날아 올 우려가 있다. 수익 효자였던 주택이 매출 회수를 못하고 이익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황의 안락함에 안주할 게 아니라, 주택 외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성이 대두된다. 토목과 플랜트에서 고난이도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기술력 향상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기술력은 선진 시장 진출의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대형 고난이도 사업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건축에서도 비정형의 비주거용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매출 분배는 리스크 분산의 방법이다. 이는 기업의 생존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일자리, 그리고 기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주주의 손익과도 직결된다. 특히 주주 중에는 빚까지 끌어다 뛰어든 ‘동학 개미’도 상당하다. 건설사의 실패는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경기가 한창 뜨거운 지금이,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직시할 때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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