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아듀 2020-부동산)①쏟아진 규제, 시장은 불신 한가득
땜질식 처방에 연쇄적 풍선효과…“규제는 투자 이정표” 조롱도
2020-12-30 06:00:00 2020-12-30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문재인 정부는 연말까지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다. 이달에는 지방 곳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하고,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두더지잡기식 대책을 또 내놨다. 반복되는 규제에도 집값은 고공행진을 했다. 시장에는 규제가 집값을 못 잡는다는 불신만 남았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김포와 파주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5.67%, 1% 상승했다. 
 
정부가 6·17 대책을 내놓으며 수도권 다수 지역을 규제로 묶기 전까지만 해도 두 지역의 상승률은 높지 않았다. 6월 김포는 0.11% 오르는 데 그쳤고 파주는 오히려 0.11% 하락했다. 김포와 파주 모두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요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7월부터는 두 지역의 집값이 상승곡선을 탔다. 6·17 대책 당시 김포와 파주를 비롯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모든 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일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된 영향이었다. 김포와 파주의 부동산 시장이 비규제지역 효과를 누리며 집값이 뛰었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는 지방에서도 나타났다. 광역시뿐 아니라 기타 지방 등지에서 집값이 튀어 올랐다. 올해 줄곧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0.1%를 넘기지 않던 광주는 지난달 0.22%로 오름폭이 커졌고 울산도 5월 0.15%에서 꾸준히 상승폭을 확대해 지난달 1.53% 올랐다. 
 
창원시에선 의창구와 성산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뚜렷했다. 지난달 두 곳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3.66%, 3.24%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산과 충남, 전남, 경북 등도 집값이 꿈틀댔다. 규제에도 수요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규제망을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는 11월과 12월에 걸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내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지방 곳곳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한 탓에, 시장에선 서울을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땜질식 처방이 이어지며 규제의 한계가 명확해지는 사이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히는 30대에선 더 이상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선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들이 매매 시장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청약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고 집값이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는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지난달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2897건으로 전체의 35%에 해당한다. 9월에는 37%까지 규모가 커졌다. 상반기에는 28.5%~32%의 비중을 보였는데 하반기부터는 3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경기와 인천에서도 이 같은 형태가 나타난다. 경기도의 30대 매입자 비중은 상반기 21%~24%에 걸쳐 있었는데 하반기에는 25%~28%로 늘었다. 인천은 상반기 19%~23%였는데 8월부터는 비중이 커져 지난달 25%까지 확대됐다. 하반기 경기도 고양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여성 장씨는 “집값이 계속 오를 거란 생각에 기다리지 못하고 집을 샀다”라며 “남편의 퇴직금 중 일부를 퇴사 전에 사용할 수 있어 영끌매수에 동참했다”라고 전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규제를 다수 내놨지만,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매매나 임대차 시장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태 내놓은 정책과 상충되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할수록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규제가 없는 곳으로 투자하라며 알려주는 꼴”이라며 “규제로 묶으려고만 하는 정책이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