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여! 그대들 모두가 승자"
코로나·추위 뚫고 42.6만명 응시…결시율은 13.17% 역대 최고
입력 : 2020-12-03 19:32:24 수정 : 2020-12-03 19:32:2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른바 '코로나19 전쟁' 한가운데 3일 치러진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종료됐다. 42만 6000여명의 응시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어른 모두 수험생의 마음으로 하루 내내 가슴을 졸였고, 1교시 결시율이 13.17%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이날 오전 6시30분을 지나면서 전국 7000여곳 고사장에 수험생들이 하나둘 입실하기 시작했다. 발열검사 때문에 통상적인 수능보다 입장 시간을 당기면서 일부 응시생이 반응한 것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학성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능을 마치고 나온 자녀를 끌어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업고등학교와 휘경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시험 때문에 긴장하고 코로나19, 달라진 시험 환경을 걱정하면서도 국내 방역 체계를 믿어보려는 눈치였다. 고3 이모군은 "어제는 생각보다 잠이 안오더라"면서 "답답하고 졸음을 불러올 수 있는 마스크가 제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군은 교육부가 당부한 여분의 마스크 외에 다른 방역물품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또 졸업생 박모군(19)은 "코로나가 걱정은 되지만 학교에 방역 물품이 구비된 것 같길래 준비해온 것은 따로 없다"면서 "될 때까지 수능을 치러보자는 마음"이라고 다짐했다.
 
안모군 역시 "정부와 교육청이 방역 잘하니 믿고 응시할 것"이라면서 "1년 동안 공부한만큼만 잘 시험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으려는 수험생과는 달리 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교육당국이 학부모의 교문 밖 대기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으나 일부 부모는 입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발을 떼지 못했다. 이들은 "저 창 너머 어디엔가 있을텐데"라고 하면서 학교 건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근처 휘경여고 고3의 학부형인 A씨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딸이 '사람이 많이 늘어나서 확진될까봐 무섭다'고 하더라"며 "식사도 제대로 못할 거 같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교실에 엄청나게 분사돼있을 소독약이 아이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도 매우 걱정된다"면서 "세균을 죽이는 건 몸에도 안 좋을텐데 하루 종일 밀폐된 공간에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도 부모의 마음으로 수험생의 무사 시험을 기원했다. 고사장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 회기역에서 대기하던 '수험생 수송지원차량' 운전자도, 휘봉고등학교 근처에서 교통봉을 휘젓던 공무원도 "모든 수능생이 안전하고 늦지 않게 시험봤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울러 당초 교육당국이 시험 기회를 공언한 코로나 확진자·자가격리자 말고 다른 질환을 겪는 학생들도 병원에서 시험볼 기회를 얻었다. 이날 광주 서구의 한 시험장에서 오전 9시 1교시 국어영역 시험 도중 여학생 1명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응급 진료를 받은 뒤 병원 내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했다. 서울에서는 수능 1주일 전 희귀 중증질환인 재생불량빈혈 진단을 받은 허모양(19)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에서 시험을 치렀다.
 
긴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은 일단 '무사 귀환'과 해방감을 즐겼다. 날카로운 소리를 맘껏 내지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모군은 "고사실에서 돌아다니는 게 자유롭지 않아 불편했다"면서도 "환기할 때는 난방도 해줘 생각보다는 덜 추웠다"고 회상했다.
 
부모 10여명은 각자 자가용이나 교문 밖에서 대기하다가 자녀가 나오면 얼싸안았다. 학부형 B씨는 "아이가 걱정돼 소독제 같은 방역물품을 잔뜩 챙겨줬다"면서 "무사히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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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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