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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감사인 지정 통보 후폭풍
"감사인이 부르는 게 값"…상·하한선 없는 고무줄 회계비…상장사들 과도한 보수 고충 잇따라
2020-11-30 20:00:33 2020-11-30 20:00:33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이달 중순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 지정 통지를 받은 상장사 A는 감사인 측이 전년도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을 제시해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사인 측은 처음으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봐야 하는 초도감사인 만큼 더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으며, 회사 규모 등에 따라 보수가 천차만별이라 시장 평균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A사는 다른 감사인과 지난해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감사를 맡아왔던 터라 올해의 갑작스런 인상이 부담스럽다. 결국 당국에 의견제출 연장 신청서를 내고 계약을 계속 진행할 지 고민 중이다.
 
#중소형 상장사 B는 부담스러운 회계비용에 한단계 아랫군의 중형 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재지정받았다. 하지만 감사인은 B사에게 더 이상의 협상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듯 빅4 회계법인에 버금가는 보수를 불렀다. 
 
30일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지정 감사인이 과도한 보수를 요구해 중소형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충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내년도 감사인 지정을 통지한 이후 상장사와 법인 간 계약 과정에서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은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 등 기업과 감사인 간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익명의 고충 상담을 받고있다. 또한 상담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을 시 당국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로 신고토록 하고 있다.
 
상담 내역은 대부분 과도한 보수와 관련된 사례였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지정 감사 이후 비용이 급격히 높아져 부담을 느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용이 두세배까지 오른 경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 감사로 피감사 회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줄어든 점, 초도감사 등으로 비용이 높다진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소형기업들이 감사 비용 부담이나 회계법인의 갑질 문제 등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일수록 계약 과정에서 협상력이 더 낮기 때문이다. 등록 회계 법인 약 40개는 회계감사 품질(경력회계사 수, 자산규모 등 절대적 기준)에 따라 '가'~'마'군(현재 '마'군은 한 곳도 없으므로 사실상 4개군)으로 나뉘는데, 상장사가 감사 비용이 높아 재지정을 요청할 경우 아랫군으로 재지정된다. 사실상 마지막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아는 감사인이 높은 보수를 불러도 상장사 쪽에선 다시 재지정을 요청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다.
 
회계법인의 소속군이 낮다고 임률이나 감사보수가 낮은 건 아니다. 가군에 속한 빅4 법인이라도 기존에 꾸준히 감사를 했던 기업에 대해선, 그리고 작은 회사를 감사하는 경우엔 비용이 더 낮을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감사인 지정제도 하에선 회계법인이 지정만 될 뿐, 정해진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어서 계약별로 천차만별의 보수가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아랫군 지정받은 곳들의 실제 평균 보수 비용이 더 높다는 통계는 없지만, 상담 내역을 보면 중형급 회계법인이 높은 비용을 부르는 사례들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내년도 감사인 지정 대상 회사는 상장사 999사와 비상장사 242사를 포함해 총 1241개사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지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지정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인이 대상 기업에 과도한 감사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 등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으며, 필요하면 징계도 내릴 예정"이라며 "추후 징계 건이 있을 경우엔 언론을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도 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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