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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웃사촌’ 오달수 “나와 조금 더 친해질 기회로 생각해 달라”
“덤프트럭 치인 것 같은 충격…병원 입원 당시 24시간 가족 간호 받아”
“감히 ‘그 분’ 연기한단 생각 해 본 적 없다. 다만 진심 다한단 생각 뿐”
2020-11-20 00:00:01 2020-11-20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세상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평소 조용하고 사람 좋고 또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그를 실제로 만나본 경험이 있다면 그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뿐이었다. 조용하다 못해 소심한 성격처럼 보여지는 오달수가 추문에 휩싸였고, 그로 인해 연예계 미투가 쏟아졌다. ‘1000만 요정은 그렇게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져갔다. 안타까운 점은 미투가 시작될 당시 오달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무려 3편이나 됐단 점이다. 그가 출연을 논의 중이던 작품도 비상이 걸렸다. 영화계 전체가 올스톱이 될 판이었다. 그만큼 오달수의 위상은 엄청났다. ‘오달수가 출연한 영화와 출연하지 않은 영화, 그리고 출연할 영화와 그를 캐스팅하고 싶은 영화로만 충무로 라인업이 구성됐던 시기다. 결과적으로 그는 관련 사건이 내사 종결되면서 법적 처벌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졌다. 물론 그는 스스로 도덕적 책임까지 자유로워졌다곤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 대답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속내와 두려움 그리고 조심스러움을 안고 이웃사촌개봉에 앞서 언론과 만났다. 영화보단 개인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될 것 같으면서도 그 역시 감수할 생각이다고 말한다.
 
배우 오달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오달수다. 2018 1월쯤 조선명탐정3: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전 언론 인터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웃사촌을 촬영 중이었다. 본인을 향했던 그 사건(?)에 대한 기사는 이웃사촌막바지 촬영을 할 때쯤이었다고. 정말 거의 마지막 촬영을 할 때쯤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당시 현장에는 300명이 넘는 보조출연자가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충청도에서 촬영 중이었는데 뭐 내 사정 얘기를 하면서 촬영을 중단하거나 서울에 올라갈 상황이 아니었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그렇게 사건이 진행되면서 부산의 어머니 댁으로 거처를 옮겼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분들이 또 어머니 댁 앞에 진을 치고 계셨고. 그때는 정말 막걸리만 마셨어요. 건강이 나빠지면서 병원에 입원도 했고. 당시 가족들이 제가 이상한 생각할까 봐 24시간 옆에 붙어 있었죠.”
 
그렇게 부산에서 지내다가 건축 일을 하시는 친형님이 머무르는 거제도로 거처를 옮겼다. 그 곳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지냈다고 웃는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뭐라고 집중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오늘은 물을 못주겠구나싶은 생각까지 하면서 어느 순간 농사꾼이 다된 모습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보게 됐다고 웃는다.
 
배우 오달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당시에는 잡생각을 떨쳐야겠단 목적뿐이었어요. 연기를 하고 싶어 미치겠다이런 건 사치였죠. 그럴 생각도 못했고. 하루 종일 농작물 관리하고 물 주고 그러다 보면 해가 슬슬 져요. 그럼 노을 보면서 막걸리 한 잔 하고. 그 시간에 외로움이 좀 몰려오긴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요. 사람이 그리웠었나 봐요. 뭐 촬영장에 살면서 1년에 집에 들어가는 게 다 합해서 몇 달도 안됐던 사람이 이렇게 지내니(웃음).”
 
그 당시에는 연기에 대한 생각도 사치였다고 느낀 오달수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내사 종결로 법적 굴레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개봉이 무산될 뻔한 영화 중 이웃사촌이 빛을 보게 됐다. 오달수도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도 조심스러워했다. ‘면죄부를 얻었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주연이었던 영화에 대한 책임은 무한책임으로서 지니고 있었다고 했다. 언론시사회 참석, 기자간담회 참석, 그리고 언론 인터뷰 역시 부담감이 컸지만 나설 수 밖에 없던 이유였다고.
 
주변에서 불편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저도 그런 시선에 대해 당연히 인정하죠. 그러나 제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고, 이 영화에 수 많은 스태프의 노력이 담겨 있는데 제 개인사로 그 분들의 노력까지 무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실 계획이라면 오달수란 배우보단 영화 속 얘기에 집중해 주시고, 정말 일말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오달수란 배우와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지는 계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전 더 바랄게 없죠.”
 
배우 오달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오달수의 개인사보다도 사실 이웃사촌을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그의 배역이다. 이 영화는 분명히 극화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실화가 모티브인 것도 사실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겪었던 일을 끌어 와 영화로 많은 부분을 각색해 재창조했다. 오달수가 맡은 배역이 바로 고 김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정치인 이의식이다. 오달수는 그 일이후 언론과 처음 만나지만, ‘그 일에 대한 부담보단 사실 배역을 바라볼 대중과 세상의 시선이 더 두려울 법했다.
 
정말 그래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등에서 식은 땀이 납니다. 그래서 사실 두 번이나 출연 거절을 했던 작품이에요. 처음엔 모든 대사가 전라도 사투리로 돼 있더라고요.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거절했죠. 그랬더니 감독이 표준어로 다 고치고 더 수정을 해서 다시 제안을 했어요. 이게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전 그 분을 연기한 게 아닙니다. 제가 감히 그 분을 연기한단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요. 다만 성심성의를 다해 그 분이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연기한단 심정으로만 접근했죠. 진심뿐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별다른 준비도 안 했어요.”
 
워낙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오달수이기에 이웃사촌의 진중함은 사실 어색하고 낯선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달수를 라면 같은 배우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런 이 감독의 눈이 이웃사촌의 정치인 이의식으로 그를 낙점했다. 오달수 역시 자신과는 색깔 자체가 다른 배역, 결이 다른 연기에 부담감을 느낄 법도 했다. 아니면 도전이었을 수도 있고.
 
배우 오달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웃사촌이 테크니컬을 필요로 한 영화는 아니잖아요. 근데 반대로 너무 부담이 되는 얘기이기도 해요. 저 아니라도 저 정도의 경력을 가진 배우 누구라도 저보다 훨씬 더 이의식을 잘 표현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글쎄요. 감독님에게 여쭤 본 적은 없는데. 제 생각이지만 감독님도 어울리지 않는 배우에게서 다른 걸 뽑아낼욕심이 있으셨을 것 같고. 저도 제가 모르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저와 감독님 둘 다 그런 욕심이 반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 욕심은 이웃사촌여러 부분에서 드러난다. 감독이 작품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좋은 것을 떠나서 그래야만 하는 감정이다. 배우인 오달수도 그런 감독의 욕심을 받아서 잘해내야 한다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선 천하의 오달수가 애를 쓴다는 모습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지적에 오달수 본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인지 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게 맞는 대답일지는 모르겠어요. 영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두 가지에요.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히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 작품은 흥행에도 대부분 성공하더라고요. 반대로 두 번 세 번 네 번에 걸쳐서 나눠서 읽게 되는 힘든 작품이 있어요. 이 감독 시나리오는 형태를 보면 후자 쪽인데, ‘7번방 선물이 그랬거든요. 근데 그렇게 나눠서 읽을 수 밖에 없는 게 너무 사람 눈물을 흘리게 해요(웃음). 이 감독은 그런 작품에 힘을 내는 연출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 힘을 기자님이 느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 오달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는 복귀란 단어에 대해 잠시 고민을 했다. 아직 복귀란 단어는 부적절한 것 같다는 입장이다. ‘이웃사촌은 촬영이 마무리되고 개봉이 연기가 됐던 작품일 뿐이다. 아직도 본인이 출연한 작품 중 두 작품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상태다. 나머지 두 작품이 있기 때문에 난 복귀했다라고 규정한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두 작품이 개봉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하겠단 뜻은 아니다.
 
독립영화 요시찰을 최근 촬영했잖아요. 그땐 감독이 배우 후배인데, ‘도와달라는 부탁에 지금 펑펑 놀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거절을 하나싶어서 출연을 했죠.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오랜만에 살아있단 느낌을 받았죠. 현재는 차기 출연작 계획은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편의 영화 개봉 여부도 전 알지 못하고. 하지만 개봉하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 좋은 작품 제안이 온다면 여전히 꼼꼼히 읽어보고 제 연기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냥 앞으로 계속 앞으로 해오던 대로 갈 생각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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