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늘의 재테크)돈받고 파는 주식정보는 가짜다
추천주 알고보니 전일 상한가…유료종목 알려주는 진짜 고수 없다
안쓰는 물건 파는게 주식보다 나을수도
2020-11-19 13:30:00 2020-11-19 16:55:5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김 대리는 요즘 매일 서너 개씩 주식 관련 문자를 받고 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날아오는 스팸문자에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그중 몇 개 문자에서 언급한 종목을 찾아봤더니 실제로 다음날 주가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식투자를 오래 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유료정보업체에 가입하면 어떨지 물었다. 친구는 단호하게 그를 말렸다. 김 대리가 보여준 문자는 늦은 오후와 저녁시간에 전송된 것이었데,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MTS를 살펴보더니 문자에서 언급한 종목들 대부분이 그날 상한가로 마감했거나, 장마감 후 호재성 뉴스가 나와 오후 6시까지 이뤄지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날도 오를 가능성이 높은 종목만 골라서 추천주 문자를 보냈으니 맞을 확률이 높았던 것이라는 친구의 설명에 김 대리는 가입비로 큰 돈 날릴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올해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동학개미운동으로 더 주목을 끌면서 주식정보 유료 제공업체들의 무차별 마케팅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주식리딩'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채널이 나온다.
 
 
올해 주식시장이 불을 뿜으며 달아오르자 주식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들까지 계좌를 열고 투자를 시작하는 등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동학개미’, ‘서학개미’라 칭하며 분위기를 조성했고 개인들의 투자 규모는 계속 커졌다.
 
이와 함께 주식 초보자를 상대로 유료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휴대전화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국외발신으로 찍힌 문자도 많다. 대부분 큰 돈을 받고 주식종목을 찍어주는 문자를 발송하거나, SNS 메신저에서 유료 리딩을 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 업체로 등록이라도 해놓고 영업했는데, 요즘은 카카오톡, 유튜브 등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활성화돼 이를 이용한 개인들이 불법으로 판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두 ‘주린이’의 눈먼 돈을 노리는 업자일 뿐 고수는 없다. 
 
김 대리의 사례처럼 그날 강세로 끝난 종목이 아닌데도 매수매도 추천해서 매번 맞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다. 
 
1만명에게는 A종목이 내일 오를 거라고 문자를 보내고 다른 1만명에겐 떨어질 거라는 문자를 보낸다. 다음날 A종목 주가가 올랐다면, 오를 거라고 문자를 보냈던 1만명에게만 다시 내일 B종목이 상승한다, 하락한다고 5000명씩 나눠서 보낸다. 이런 식으로 그 다음날엔 2500명을 추리고, 그 다음날은 1250명, 한 번 더 625명을 걸러낼 경우. 남은 625명에겐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이 5번 연속 주가를 맞춘 고수가 된다. 이 625명에게 종목 추천을 받고 싶다면 월 100만원씩 내라고 권유해서 그중 5%, 31명만 회원으로 유치해도 매달 3100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물론 이런 것도 없이 단톡방을 개설해 바람잡이를 동원, 고수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월회비 100만원을 내면 대박주를 찍어준다고? 그런 종목을 알면 시간과 공을 들여가며 남에게 알려줄 이유가 없다. 2배도 아니고 20%만 오를 수 있는 종목을 5회 연속으로 맞히면 1000만원 원금이 일주일 새 2488만원으로 불어난다. 열 번을 맞히면 6191만원이 된다.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종목팔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간혹 자기는 이미 돈을 많이 벌었고 이제는 불쌍한 개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종목을 찍어주는 일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마음이 넓은데 돈은 왜 받을까?
 
책임지지 않는 종목 찍어주기에 혹했다가 고액의 가입비와 월회비는 물론 본인 투자금까지 날린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번에만 그러는 게 아니라 유료전화 ‘700 서비스’와 인터넷 통신서비스가 탄생한 1990년대 후반 하이텔, 천리안 시절 때부터 반복돼온 일이다.  
 
남의 도움을 받아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주식투자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목표하는 수익에 걸맞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주식투자에 대한 미련을 접고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 거실 구석 빨래건조대로 쓰고 있는 러닝머신을 중고마켓에 내다 팔면, 삼성전자 100주를 매수해서 1년 동안 보유해야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다. 별다방 캬라멜마끼아또 사먹고 싶은 것 한 번만 꾹 참으면 월 10만원씩 1년 적금 붓는 것보다 낫다. 꼭 주식, 금융상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주식정보 제공으로 과거 물의를 빚었던 유명 인사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 더욱 조심해야 할 시기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