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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시대 신공항 유감
2020-11-20 07:00:00 2020-11-20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6~17일 이틀 사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누적 확진자 수는 우리나라 총인구보다 많은 5600만명에 이르렀다. 사망자도 10만명이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8일 신규 확진자 313명으로 집계,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300명대로 올라서는 등 위험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국경을 폐쇄시켰다.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여행객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계화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난데없이 '신공항 논란'이 벌어지는 건 당황스러움을 넘어 아이러니하다.

부산 가덕도에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케케묵은 주장을 자락에 깐 김해 신공항 백지화가 17일 발표됐다. 정부가 밝힌 백지화의 요지는 현재의 부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신공항 방안이 관문공항 기준은 충족했지만, 2050년 이후의 미래 확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적격하다는 것이다. 미래 확장성이라는 부적격 사유는 김해 신공항이 2050년 항공 수요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우려된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자 항공기 운항일정이 사라졌고 빈 활주로엔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고 있다. 항공사들은 파산하고 기장들은 대리운전에 나갈 정도다. 휴직 통보를 받은 승무원들은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풍경에서는 일상적인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국경이 다시 열린다 해도 필수 불가결한 업무를 제외하고 해외여행은 자제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김해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서 제시한 항공 수요예측에 대해선 수정과 점검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 또는 5년, 10년 후의 항공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런데 30년 후의 김해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 미래 확장성이 없다는 결론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코로나19 사태는 일시적인 해외여행 감소나 항공산업 위축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사람들이 다시 외국에 몰려나가는 일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봉쇄된 국경은 서서히 열겠지만 국경 검색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도쿄올림픽도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아예 무산되거나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필자는 중국 오지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중국 대륙 곳곳의 지방공항을 많이 다녔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공항이나 간쑤성의 란저우공항, 동북지방의 장춘공항, 윈난의 쿤밍공항, 후난의 창사공항 등 외진 지방공항을 수도 없이 많이 다녔다. 중국의 지방공항은 말이 '지방'이지 규모나 시설이 웬만한 관문공항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G2 중국의 경제력을 자랑할 정도로 '삐까번쩍하게' 잘 지었다. 말 그대로 대륙의 스케일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베이징과 각 지방을 잇는 교통 인프라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중국이 세계의 엔진이 된 것은, 선전과 광저우, 상하이와 칭다오 등 물류가 편리한 연해도시 외에도 충칭과 청두 등 내륙 깊숙한 ‘2선 도시’에도 외자가 거침없이 투자된 것은 중국대륙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든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망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넓은 중국인지라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코로나19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도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지만 국제공항이 있다. 코로나19가 짧은 시간 안에 급속히 세계로 확산된 것도 우한공항 때문이었다. 우한공항을 빠져나간 춘절 여행객들이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 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겼다. 세계화 이전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은 그렇게 해서 가능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한 번도 세계관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그리고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본 이후의 세상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의 시각으로 신공항 건설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신공항 논란을 당장 멈춰야 한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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