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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나머지 주주는 주주도 아니랍니까?
2020-11-16 00:00:00 2020-11-16 09:14:33
올해도 한 달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째 연말로 갈수록 ‘볼거리’가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볼거리들이다.
 
최근 GS그룹이 자회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GS리테일에 비해 저평가된 GS홈쇼핑 주주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이 얼만데”, “회사에 쌓아둔 현금만 수천억인데” 이런 것은 무시한 채 주가만 놓고 합병비율을 정했으니 GS리테일은 몰라도 GS홈쇼핑 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주회사로서는 합병비율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다 지주회사 소유인데. 횸쇼핑의 보유현금을 리테일 사업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KMH가 최대주주인 최상주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 에스피글로벌 앞으로 3자배정 발행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는 발행 즉시 제3자에게 다시 넘어갔다. 키스톤PE가 지분 공시를 하자마자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 경영권 방어 의지를 드러낸 터였다. 키스톤PE 측도 CB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서 승소했지만 이보다 3자 매각이 더 빨랐다. 
 
이에 앞서 키스톤PE와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집한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 임시주총에서 모든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들이 합심해 대응한다고 해도 감사 자리 하나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경영진이 내세운 이사 선임까지 모두 막는 데 성공한 주주들은 한껏 고무됐었다. 
 
최대주주의 CB 매각은 이런 ‘나머지 주주’들의 노력을 비웃는 일이었다. CB는 언젠가 주식으로 바뀌어 그의 지분방어에 쓰일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지난 금요일,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 형식으로 참여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넘길 거란 보도가 나왔다.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모두 지배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이들 눈에는 아시아나항공과 다를 바 없이 고전 중인 대한항공 등 계열사들 처지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켜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이렇게라도 정리해서 한진칼과 함께 항공업 전반의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지만 과연 한진칼 주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조원태 회장이 KCGI 등 3자연합보다 지분이 많아 경영권을 위협받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산업은행 측과의 이런 거래가 성사됐을까? 
 
상장기업 지분 5%를 들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에게는 “국가가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려 든다”고 힐난하던 수많은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지분경쟁에서 뒤져있는 현 경영진의 방패막이를 자임하고 나선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대주주 개인이 아니다. 주식을 더 많이 모은 쪽이 힘을 갖는 게 자본주의다. 그런데 번번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나머지 주주’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2020년, 지금 입법 논의 중인 공정경제3법을 두고 기업규제3법이라며 반발한다. 말은 똑바로 하자. 기업규제3법이 아니라 일탈하는 대주주 견제 3법이며, 더 많은 주주들을 보호하자는 3법이다. 기업이 반발한다고 잔뜩 웅크린 의원들 눈엔 더 많은 ‘나머지 주주들’이 보이지도 않는 것인가?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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