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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살고 싶었던 ‘내가 죽던 날’(종합)
2020-11-04 17:09:57 2020-11-04 17:09:5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데뷔 34년 차 자타공인 국내 최고 여배우 김혜수 역대 최고의 존재감이자 연기력이다. 김혜수가 선보인 내가 죽던 날속 압도적인 연기력은 단순하게 텍스트로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표정으로만 모든 감정을 전달한 이정은의 아우라 또한 비교 불가였다. 여성 영화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내가 죽던 날은 메시지 전달을 위한 길목이라기 보단, 그 자체로 감정이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내가 죽던 날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그리고 연출을 맡은 박지완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는 경찰 김현수’(김혜수)가 자살한 소녀 세진(노정의)의 흔적을 따라가는 얘기다. 이 과정은 오롯이 김혜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그 과정이 고단하고 또 힘겹다. 김혜수는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 시기적으로 내 스스로 드러낼 수 없는 좌절감이나 상처들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던 작품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스스로가 위안과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함께 만난 배우들을 통해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면서 이 영화를 만날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갈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정해놓은 주제, 메시지 같은 게 있지만 그런 것들은 받아들이는 분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상처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누구나 깊게 겪으면서 산다는 말로 이 영화가 담은 주제를 전했다.
 
 
 
영화 속 현수가 겪는 트라우마 중 하나가 바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그리고 잠을 자면 악몽을 꾸는 점이다. 실제 김혜수 역시 그랬다고. 그는 감독님과 같이 풀어가면서 실제 경험했던 감정 혹은 상황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그 중 하나가 내가 잠을 잘 못 자는데, 자게 되면 꼭 악몽을 꾼다. 실제 1년 정도 그랬다. 배역과 유기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공개했다.
 
말을 못하는 순천댁으로 출연한 배우 이정은은 얼굴 표정과 눈빛 만으로 모든 얘기를 만들어 내면서 김혜수가 이끌어 가는 스토리의 동력에 힘을 불어 넣었다. 이정은은 소리를 낼 수 없는 배역이라 오히려 관객 분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잘 듣고 또 잘 반응하려고 노력했다. 언어가 없는 순간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도구로 필체 연구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말을 못하는 인물이면서도 숨은 비밀이 많은 듯한 순천댁을 만들어 내는 데 과거 공연 경험을 투영시키기도 했다는 이정은이다. 그는 과거 공연 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데리고 사는 역할을 한 적이 있다면서 소리를 내고 안 내고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이 죽을 고통 속에서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심정을 이해한 순간부터 소리와 표정에 신경을 안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두 명의 대선배와 함께 연기한 아역배우 출신의 노정의는 교장 선생님 두 분이 계신 듯한 느낌의 부담감을 느꼈다는 속내를 전해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혜수 이정은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노정의는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은 어린아이의 모습과 표정, 그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연기했던 것 같다스무 살이 됐지만 특별한 각오는 없고 그냥 선배님들의 길을 잘 따라가고 싶다. 부족하지 않은 후배가 돼서 잘 걸어나갔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를 통해 장편 연출 데뷔를 한 박지완 감독은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끌고 가는 내가 죽던 날의 정체성에 대해 일부러 여성 서사를 하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내가 관심 있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던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가 많은 영화를 만들게 됐다. 살면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얘기를 그리려고 했다면서 관객이 이 작품을 여성 서사로 봐준다면 거기에서 또 파생되는 얘기가 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감내하고 우연히 여성이 연대를 이뤄 풀어나가는 것일 뿐이다고 전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다. 영화 초능력자’ ‘김씨 표류기스크립터 출신 신예 박지완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개봉은 오는 12.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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