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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초점)‘삼토반’, 오히려 너무 늦어서 아쉬운 ‘100만 돌파’
2020-11-04 11:20:56 2020-11-04 11:20:5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100만 돌파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삼토반) 4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수 101 1198명을 기록했다. 100만 관객 돌파가 흔하디 흔한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극장이 영업 중단을 고려 중이고, 일부 멀티플렉스가 직영점 폐쇄를 선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삼토반 100만 돌파는 큰 의미를 넘어선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가 담은 재미와 대리만족 그리고 세상을 향한 통쾌한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꼴찌들에게 보내는 갈채
 
배우 고아성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 출연 결정 계기를 꼴찌들에게 보내는 갈채란 문장으로 설명했다. 이 문장은 이 영화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이 고아성에게 직접 쓴 손편지에 담긴 문구였다.
 
이 감독의 진심이었다. 그 역시 영화계에선 꼴찌였다. 배우로 더 유명(?)하다면 유명한 이 감독이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했을 뿐이다. 언제나 연출을 꿈꿨다. 그리고 전국노래자랑도리화가로 연이어 연출작을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그저 원빈 주연 아저씨그 형사로 기억돼 왔다.
 
고아성은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만들려 하는구나란 말로 시나리오를 읽고 편지의 문구를 떠 올리며 출연을 단번에 결정했단다. 이 영화 속 고졸 여성 3인방은 이 감독의 속내이자 그가 세상에 보내는 강력한 어퍼컷이다. 그 어퍼컷이 강력하지만, 이 감독 특유의 위트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이 모두 담긴 영화는 무게 중심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그 속에서 꼴찌’ 3인방은 아주 적절하게 무게를 나눠 짊어지었다.
 
그 무게를 견디고 견딘 영화 속 꼴찌 3인방에게 갈채를, 그리고 그 꼴찌들이 세상이 꼴찌라 부르는 꼴찌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995년이지만 2020년의 지금
 
영화는 1995년이 배경이다. 그 시절 여성은 지금의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이 아니다. 이 영화는 곧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의 부조리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제대로 바라보면 이건 여성의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이 여성일 뿐이다. 우리 모두의 얘기다. 꼴찌들이 얘기였지만, 그건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그리고 당신일 수도, 또 나일 수도 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사회는 능력보다 학력을 우대한다. 좋은 학교를 나오거나 좋은 부모를 만나 출세하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여전한 세상이다. 2020년 지금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 부끄러움이 1995년 배경의 영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단 점은 변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고, 가르침이며 또 일갈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영화 속 세상이다. 그 세상을 바꾸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가장 밑바닥의 사람으로 취급 받던 고졸 말단 여직원들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경시 풍조에 대한 찬연한 비꼼이며 풍자가 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들춰내는 놀림일 수도 있다.
 
삼진그룹이란 대기업, 그 공간에서 우매한 부류는 모두가 남성들이다. 반면 똑똑하고 현실적이며 세상을 향한 당찬 포부를 드러내는 건 여성들이다. 남녀 차별과 학벌 위주 편견과 편견, 그리고 또 다시 편견과 편견을 뒤덮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 이 영화 한 편이 모두 담겨 있다.
 
삼토반 100만 돌파가 오히려 너무 늦고, 아쉬운 점은 이 영화 한 편이 꽤 깊은 의미와 함께 찬란한 박수를 보내는 그들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들에게.
 
지난 달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하루 평균 3만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며 잔잔하지만 힘 있는 뒷심 흥행을 발휘 중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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