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얼음공주’가 제대로 망가졌다. 하지만 보기 좋다. 이제 걸그룹 에프엑스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정수정이라고 불러도 완벽하다. 영화 ‘애비규환’으로 이른 나이에 임신한 김토일을 연기한 정수정이 아이돌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났다.
3일 오후 서울 CGV용산에서 ‘애비규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신재휘 그리고 연출을 맡은 최하나 감독이 참석했다.
가장 주목된 배우는 당연히 정수정이다. 가요계에서 차가운 미모로 이른바 ‘얼음공주’란 별칭을 얻은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평소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임산부’ 배역을 맡았다. 성격 또한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과는 전혀 다른 상반됐다.
정수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임산부 배역을 확인하고 한숨부터 나왔다”고 웃으며 “너무 큰 도전이라 사실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대본을 한 방에 읽고 나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만큼 너무 재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혼으로서 임산부 연기를 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거운 몸’이 곤욕이었다고. 정수정은 “너무 더운 여름에 촬영을 했는데, 임산부 연기를 위해 배에 큰 복대를 차고 연기를 했다”면서 “땀이 너무 많이 찼다. 사실 그거 말곤 너무 즐거웠다”고 웃었다.
어린 나이이지만 임신을 당당히 밝힌 극중 ‘김토일’에 대해 정수정은 “아주 당당하고 자신을 많이 믿는 그런 사람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의 당당한 여성상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면서 “그런 면에서 난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공감이 가고 또 매력적으로 다가온 캐릭터였다”고 전했다.
배우 정수정. 사진/뉴시스
걸그룹 이미지가 워낙 강한 정수정을 파격적으로 임산부 캐릭터에 캐스팅한 감독의 생각도 궁금했다. 연출을 맡은 최하나 감독은 “당연히 나 역시 에프엑스 크리스탈 이미지가 강하다고 느꼈다”면서도 “정수정의 출연작 중 시트콤 ‘하이킥’을 정말 좋아해서 코미디 연기를 잘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첫 미팅에서 정수정이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데 내가 생각했던 ‘토일’보다 더 매력적으로 그려낼 것 같았다. 더 빛나게 토일을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면서 “결과적으로 너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오스카 무대에도 선 바 있는 배우 장혜진은 차기작으로 ‘애비규환’을 선택하면서 전작 ‘기생충’에서 최우식 박소담에 이어 정수정을 딸로 맞이했다.
장혜진은 “정수정과 같은 동네 주민이다. 연기를 하며 놀랐던 것은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예의가 너무 바르다”면서 “정수정의 생각과 연기 등을 보면 정말 잘하더라”고 칭찬했다. 이어 “게다가 너무 예뻐서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다. 또 절에 가는 장면에서 우리 둘이 얘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그 때 정말 모녀처럼 친해졌다. 나중에 동네에서 만나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한다. 정수정 사랑한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사진/뉴시스
말끝마다 사자성어를 붙이며 대화를 하는 토일의 아빠 ‘태효’를 연기한 배우 최덕문은 작은 영화이지만 큰 의미의 ‘애비규환’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올 여름 가장 더울 때 촬영한 영화가 바로 ‘애비규환’이다”면서 “적은 예산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찍으면서 꼭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 작품이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관객 들이 극장에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영화 자체는 전반적으로 코미디가 주된 정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토일의 가족은 보통의 시각에선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 없다. 연출을 맡은 최하나 감독은 “내가 콩가루 가족 영화를 워낙 좋아한다”면서 “내 가족도 그렇고 주변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각자 사연이 다 있더라. 그런 얘기들을 담으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전했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이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코믹 드라마다. 장혜진이 ‘토일’의 엄마, 최덕문이 ‘토일’의 새아빠이자 현재 아빠, 이해영이 ‘토일’의 친아빠이자 전 아빠 그리고 배우 신재휘가 ‘토일’의 어린 예비 남편으로 출연한다. 개봉은 오는 12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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