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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창훈 “‘청춘기록’ 이태수 연기, 매번 줄타기 하는 기분”
이창훈 연기관으로 탄생한 현실적인 이태수
2020-10-28 11:00:00 2020-10-28 11: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평범한 사람은 적당히 선하면서도 적당히 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이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들어가면 극단적인 선과 악으로 나뉘게 된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악한 인물이 된다. 그러한 작품 속 사람에 익숙한 우리에게 tvN 드라마 청춘기록속 모델 에이전시 대표 이태수라는 인물은 낯설게 다가온다. 악한 인물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다. 그저 누구나 가질 법한 악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이태수는 청춘기록에서 악하지도,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은 자칫 개성 없는 캐릭터로 그려질 법도 했다. 하지만 배우 이창훈이 이태수를 연기하면서 되려 작품 속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됐다.
 
청춘기록에서 이태수라는 인물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이태수란 인물은 청춘기록에서 빌런이다. 사혜준(박보검 분)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에 꼭 그가 개입해 있다. 그렇다고 악당이라고 하기엔 어렴풋이 인간 냄새가 난다. 사혜준의 앞길을 막으려고 사력을 다하기도 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꼬리를 내릴 줄도 안다. 때로는 이익을 취하면서도 자신이 착한 사람인 것마냥 꾸미기도 한다.
 
이러한 이태수를 연기하기 위해서 이창훈은 전체적인 하나의 콘셉트 즉, ‘톤 앤 매너가 중요했다. 그는 감독님이 왜 나를 캐스팅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알맞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이창훈은 이태수가 하는 행동이 악역에 가깝지만 연기마저 악독하게 할 경우 1차원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런 연기는 사혜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뼈 속까지 악한 인물이라면 혜준이 7년을 함께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악하기만 하면 혜준을 바보로 만드는 것 같았다. 떠나지 않은 이유 정도는 은연 중에 시청자들이 느끼길 바랐다그러한 현실성을 주면서 업계에서 불편한 민낯을 드러내는 사람이자 어딘가에서 볼 법한, 이 업계의 사람 같아 보여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태수는 첫 등장부터 계속해서 사혜준을 괴롭힌다. 사혜준에게 돈을 주지 않거나 섭외 전화에도 은퇴를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기에 찰리 정(이승준 분)과의 관계를 왜곡해 김수만(배윤경 분) 기자에게 흘리기도 한다. 이창훈은 이러한 이태수의 행동이 사혜준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란다. 그는 혜준이 아니라 소속된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훈은 이태수의 과거가 잠깐 등장하는 골프장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나 살기 바쁘고 나부터 챙기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지 몰라도 업계에 들어오면서 그렇게 된 사람이다. 더구나 부족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자기 합리화를 잘한다고 했다. 그는 잘못을 해놓고도 되려 큰 소리를 치는 이태수의 모습이 그래야만 자신이 이 업계에서 움직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청춘기록' 이창훈 인터뷰. 사진/tvN 청춘기록
 
그렇기에 이태수는 살아남기 위해서 때로는 악독한 대표의 얼굴을 드러내다가 때로는 비굴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이영(신애라 분)에게 누나라고 불렀다가 분위기를 보고는 급히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이태수를 연기하는 이창훈은 매번 대본이 나올 때마다 줄타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태수의 모습은 글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걸 내가 어떤 뉘앙스로 펼치는 것이 중요했다과하면 그냥 나쁜 놈이 되고 덜하면 캐릭터 힘이 빠지기 때문에 계속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결국 그가 찾은 답은 혜준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이태수의 모습에 힘을 주고 나머지에서 힘을 빼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창훈은 이태수를 연기하면서 계속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단다.
 
인터뷰 내내 이창훈은 이태수라는 인물의 일상성, 평범함을 자주 언급했다. 또한 이태수라는 캐릭터가 일상성을 갖기 위해서 악에 대한 수위 조절도 같이 했단다. 이창훈은 층위를 나눴다. 혜준에 대한 태수의 마음은 마치 헤어진 연인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귈 때는 못되게 행동하고는 헤어지고는 후회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창훈은 13회에서 혜준에게 매달리는 태수의 모습이 블랙코미디 같았단다. 그는 이태수의 절실함이 초반에 보여준 모습과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이태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연장선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모습이 결국 이태수의 악함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게 하는 지점들이었다. 미워할 수 밖에 없는데 자꾸 눈이 가는 그런 인물. 그가 바로 이창훈이 연기한 이태수다. 이태수의 이런 성질에 대해 이창훈은 악의 평범성을 언급했다. 악의 평범성은 아돌프 아이히만이 유대인 말살이라는 반인류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이 타고난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창훈은 악의 평범성을 가진 인물이 바로 이태수라는 것. 이태수라는 인물이 업계에 몸을 담다 보니 쟁취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비틀어진 인물을 만들어 낸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춘기록' 이창훈 인터뷰. 사진/tvN 청춘기록
 
 
 
이태수를 연기하기 이전에도 이창훈은 생활 연기로 호평을 받아왔다. 드라마 블랙독에서 실제 교사 같은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연극을 할 때도 유독 이창훈은 극악이 아니더라도 선하지 않은, 그렇기에 인간의 치졸한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이는 이창훈의 취향이란다. 그는 심리적인 부분을 고민해보고 따지고 표현해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이태수라는 인물도 숙제라는 느낌보다는 이걸 어떻게 맛있게 요리할까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더구나 작가가 써준 대사들이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해볼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한 재료를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연기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극 중 인물이 동물이 아닌 사람이기에 사람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창훈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것에서,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 이런 연기를 해야 한다는 식의 권력화된 패턴이 있을 수 있다. 벗어나는 게 목표는 아니지만 전달하는데 따라서 고정된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창훈은 연기란 타인의 집에 가서 집을 둘러보는 것과 같단다. 그는 집의 외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집주인의 성향을 알기 위해선 집 안을 둘러 봐야 한다. 청소를 어떻게 하고 화장실을 어떻게 했으며 인테리어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을 통해 집 주인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고 했다. 또한 집에 들어가보면 전날 먹은 청국장 향이 남아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나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창훈은 어떤 역할을 잘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자세히 연기하고 싶단다.
 
이에 이창훈은 연기를 할 때 시청자들이 모르더라도 은연중에 드러날 수 있게 층위를 쪼개면서 연기를 한단다. 그는 어떤 집인지 모르지만 어딘가 있을 법한 집에 들어왔을 때 집 냄새가 나듯 은연 중에 그 인물의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청춘기록' 이창훈 인터뷰. 사진/미스틱스토리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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