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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인 루이스 글릭, 죽음 트라우마 딛고 노벨문학상(종합)
한림원 "개인 존재를 우주 보편적으로 승화하는 시적 목소리"
2020-10-08 21:40:12 2020-10-08 23:58:1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미국 여성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루이스 글릭(77)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절제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개인의 존재를 우주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하는 뚜렷한 시적 목소리를 가졌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글릭의 시는 명징함으로 특징을 지을 수 있다. 어린 시절과 가족의 삶, 부모와 형제, 자매와의 밀접한 관계에 시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고 평가했다.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글릭은 현재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다. 1968년 시집 '퍼스트본(맏이)'으로 등단한 뒤 미국 현대문학에서 부각을 나타내는 시인으로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시집과 시론은 12권이다.
 
한림원의 선정 이유처럼 '자서전체를 구사하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격렬한 감정적 표현으로 미신, 역사부터 현대인들의 개인적 삶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주제들을 써왔다.
 
대표 시집의 하나인 '아베르노(2006)'는 그리스 신화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죽음의 신 하데스의 지옥으로 떨어진 페르세포네 신화을 뼈대로 삼고 접근한 작품이다. 나폴리 교외에 있는 아베르노 호수를 연상시키는 아베르노는 그리스어로 ‘새가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유황 분출로 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는 장소라 옛 사람들은 이 호수 아래 지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림원은 이 작품에 대해 "그리스 신화의 그 장면을 몽환적이고 능수능란하게 해석했다"고 호평했다.
 
루이스 글릭 일러스트. 사진/스웨덴 한림원
 
1993년 내놓은 대표작 '더 와일드 아이리스(야생 붓꽃)'으로는 그 해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2014년 죽음과 슬픔의 문제를 다룬 시집 '독실하고 고결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으로는 2003년 재차 퓰리처상 후보로 오른 바 있다. 
 
10대 시절부터 앓은 거식증, 친언니의 죽음 등 글릭의 개인사는 끔찍했지만,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트라우마와 죽음, 힐링 등의 문제를 자기고백적으로 탐험하며 문학사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받는다. 학계에서는 그가 자전적 기록과 고전 신화 사이의 관계에서 시적인 페르소나(외적 인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퓰리처 상 외에도 내셔널 북 어워드, 내셔널 북 크리틱스 서클 어워드 등 미국 주요 문학 상을 수상해왔다.
 
2016년 9월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인문 훈장인‘내셔널 휴머니티스 메달(National Humanities Medal)’을 직접 수여받았다. 
 
1901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한 노벨문학상은 2018년 심사위원 배우자의 '미투' 문제가 불거져 그해 수상이 취소되고, 지난해 동시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가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을 자행한 슬로보딘 밀로셰비치를 옹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따라서 올해는 일각에서 정치·이념적 논란이 없는 여성 작가의 수상이 점쳐졌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대신 수상자가 자국 내 스웨덴 대사관이나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상을 받고, 이를 TV로 중계한다.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원)다.
 
미국 여성 시인 루이스 글릭이 2016년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내셔널 휴머니티스 메달(National Humanities Medal)’을 수여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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