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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주역과 대통령 박근혜가 사이비종교 교주 최태민을 만난 건, 그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던 시절이라고 한다. 승려로 시작해 목사가 된 최태민은 박근혜를 세뇌시키고 박정희 정권에서 세력과 부를 쌓았다. 그 후계자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은,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이라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조차 얼마나 쉽게 사이비종교와 같은 비상식적인 세력에 농락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개개인이 역술인을 만나고 부적의 효험을 믿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다. 문제는 그 개인이 대통령과 같은 권력일 때 등장한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역술인에게 의지하는 권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그냥 둬야 할까, 아니면 권력의 특수성을 내세워 처벌해야 할까. 몇 년전 겨울, 한국사회는 그 해결책을 거리에서 촛불로 보여주었다. 헌법은 촛불에 이끌려 거리로 나왔을 뿐이다. 국정농단으로 한국사회가 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이비 교주의 딸에게 한국이 몇 년동안 농락당한 그 수치심과 모욕감이, 적어도 대통령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두 유력후보의 철학이랄 것도 없는 생각의 자투리들을 뒤적거리다보면, 한국에서 권력을 쥐고자 하는 이들의 수준이 박근혜에 딱 멈춰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의 권력층이 공유하는 상식의 수준은 역술원에서 시험합격을 바라는 일반인의 수준보다 전혀 높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이건 참사에 가깝다. 한국의 지배권력은 일반인보다 더 강렬하게 비상식을 신봉한다. 진정 혹은 천공이라 불리는 도인은 스스로 윤석열의 멘토라고 자처한다. 그는 정법시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강의를 업로드한다. 백만 유튜버는 아니지만 그의 동영상 숫자는 만여개에 육박하며, 노인세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홍익인간을 강조하며 천부경을 새롭게 해석한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언론인 최보식은 지난 3월 그를 인터뷰했는데, 이 인터뷰에 따르면 진정은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를 통해 윤석열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정법시대의 애독자로, 그를 윤석열에게 소개해주었는데, 박근혜 탄핵 수사가 한창일 때 그의 조언으로 윤석열 후보가 강력한 수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선무당에 불과한 이런 자에게 한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농락당한다면, 우리는 다시 박근혜의 시대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이재명 도지사의 동학에 대한 관심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대선출마에서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언급하며 동학혁명의 뜻을 이어가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이미 표면화했다. 얼마전 도올이 동학에 대한 책을 출판했을 때, 그는 한 인터넷 매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출판을 축하하며 동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동학혁명은 잔인한 일제와 조선왕조의 무능만 아니었으면 분명 조선의 근대를 이끌었을 사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학은 한 때 근대의 불씨를 보여주었을 뿐, 이후 지속되는 한반도 근대화에서 별다른 사상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올은 그 단절이야말로 민족의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의 사상이 수용되지 못한 이유가 꼭 외부에 의한 탄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재의 기독교는 존재조차 할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한국은 동학을 근대화의 사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동학이 내세우는 인내천의 사상은, 4.19와 광주 그리고 87년 종로와 촛불혁명을 거쳐 이제 우리에게 동학이라는 이름 없이도 체화되어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동학은 낡은 사상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성남시장일 당시 벌어진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에는 흥미로운 단어들이 등장한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다. 두 단어 모두 주역의 64괘 중 하나라고 한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고,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운’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물론 역술인들의 해석이다. 몇몇 언론은 이 두 단어 속에 이재명 지사가 말하는 ‘대동’이 들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지만, 중요한 건 그런 억측이 아니다. 21세기의 대통령을 뽑는 한국 대선판이에서, 단군의 홍익인간과 동학의 대동사상이 겨루고 있다는 이 엄중한 사태, 나아가 이 두 후보가 모두 국제적 감각을 갖추지 못하고 외골수의 길을 걸어온 법조인이라는 현실, 우리는 그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  국정농단사건이 한국사회에 상식의 중요성을 일깨웠으면 좋았을 것이다. 세계최강대국 미중이 과학기술에서의 우위에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한국사회가 조금 더 국제적 감각을 갖춘 대통령을 선택할 수준을 갖추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온갖 문화적 승리에 한류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국뽕을 자축하기보다는, 강대국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여러 과학기술의 성과로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국가로 남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엄중한 국제적 경쟁의 시대에 치뤄지는 대선에서 룸살롱과 연예인 스캔들과 형수에 대한 욕설과 장모 수사라는 단어들에 희롱되었고, 이젠 단군과 동학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호출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면 좋을 것이다. 다시는 인류가 가스실에서 다른 인종을 말살하지 않고, 피부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노예로 삼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지언정, 그 길이 순탄한 적은 없다. 우리는 여전히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사살하는 탈레반의 존재를 직시해야 하고, 미국의 거리에서 구타당하는 동양인 여성을 목격해야 한다. 역사적 과오가 집단적인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이 우리에게 위기를 경고해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은 우리에게 아직 그런 기억이 되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한국사회는 다시 한번 상식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뤄야 할 것 같다. 홍익인간과 대동사상이라니, 후져도 너무 후졌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heterosis.kim@gmail.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 낳아 키울 수 있는 나라는 올까"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의 온전한 성장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닌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소 관념적으로 받아들이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 절실히 체감하게 됐다. 8월4일, 내 인생 첫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다.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해 이제 50일 된 아이의 미소를 보면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 분유 안 먹겠다고 칭얼대고 잠투정하는 모습은 자아형성 과정이기에 오히려 반갑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보는 대변은 향기롭기까지 하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분명 크지만 그에 비례해 걱정도 커진다. 가장 먼저 집이다. 부부 둘이서 살 때 부족함 없던 24평 전세 아파트는 아이가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하루하루 좁아지고 있다. 옮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주택청약 당첨은 수년째 기약이 없고, 집 근처 30평 전세를 알아보면 한숨만 터져나온다. 당장의 보육비도 부담이다. 아이가 숨만 쉬어도 돈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6번 이상 분유를 먹이고, 그 두 배 이상 기저귀를 갈아준다. 아이 관련용품이 이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주변에 이미 사교육을 시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70세가 되는 2050년이 돼야 아이가 서른이 된다는 현실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현재 청년세대의 자립이나 사회 진출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세대에 전가되고 있다. 2050년이라고 다를까. 과연 그때까지 일을 계속하거나 충분한 자산을 모아 아이를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을지 걱정만 쌓인다. 대한민국의 2020년 출산율은 0.84로 UN인구통계가 조사한 198개국 중 꼴찌다. 부부 한 쌍이 낳는 애가 한 명이 안 된다는 뜻으로, 한국은 인구 소멸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로 지목된다. 정부는 2006년이 저출산 예산을 처음 편성하고 15년 동안 약 380조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지금의 저출산 현실이 말해준다.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문제다. 문재인정부 들어 '생애주기별 보육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 도움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현재 여야 대선주자들은 만 0~2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을 올리고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공약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육아에 일정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출산 사태의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은 집과 일자리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보육정책을 내놔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젊은 부부에게 안정적인 거주환경, 꾸준한 수입원이 보장될 때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저출산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에 나서는 여야 주자들이 국민들이 안심하며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고, 차기 대통령과 국회가 이를 적극 수렴해 추진하기를 한 갓난아기 아빠가 간절히 기원한다. 아이가 성장하려면 아직도 많은 해가 남았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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